이번 달은 가을 사진으로만 달린다.

 

 어제까지 해서 올해 6개월동안 매일 아침 에세이를 적었다. 나도 한번 적고난 뒤 다 읽어본 적은 없다. 그냥 한 번씩 제목이 눈에 띄면 들어가서 읽어보는 정도다. 바로 여기에 글쓰기의 장점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것. 순간 떠오를 때는 여기서 다시 찾아보면 된다. 그러니 머리가 훨씬 가벼워진다. 내가 많은 생각들을 짊어질 필요가 없으니까. 일종의 휴대용 보조 저장장치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렇게 본다면 나는 매일 2가지의 저장장치에 인생을 기록하는 셈이 된다. 아침에 적는 에세이와 밤에 적는 일기장. 전자의 경우 바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한다면, 밤에 적는 일기에는 그날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해둔다. 일기를 매일 쓰기 시작한지는 이제 4년차가 되었으니, 꽤 많이 모였다.

 난 근래들어 내가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가 이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생을 기록해두는 것 말이다.

 이제는 백수라고 부르기도 애매해졌지만, 그래도 정규직이 된 것은 아니니 백수라고 한다면, 나는 삶에 불안과 걱정을 느낄 떄가 많았다. 특히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지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나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천천히 하루를 돌아보며 글을 써보면, 나는 의외로 많은 일들과,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떄문이다.

 이 덕분에 망각이 주는 공포는 해결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을 써두자. 사실 더 좋은 방법은 영상을 촬영해두는 것이다. 뭐든 좋다. 당장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20.1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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