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말이 살찌는 계절. 나도 말은 아닌데 살이 찌고 있다.

 

 체중관리의 대부분은 식단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겨웠던 닭가슴살 식단을 그만두고, 50일 내내 탄수화물 섭취를 반복했고, 어제는 맥주2캔과 함께 그 절정을 경험했다. 분명 첫 시작은 맥주만 마시고 자는 것이었는데, 알콜은 식욕을 부른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신없이 먹고나니 이미 배는 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만큼 빵빵해져 있었다.

 자고 일어나 샤워하기 전, 체중을 제니 딱 5키로가 늘었다. 그 고생을 해가며 통나무씹는 기분으로 닭가슴살을 먹으며 줄였던 체중이 2달도 되지 않아 돌아왔다. 변명할 여지도 없을 뿐더러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나도 놀랐다.

 자기 자신조차 살이 찐 것을 인지한다면, 그건 굉장히 많이 찐 것이라고 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어제 마지막으로 치킨을 먹으면서 이미 먹은 것. 열심히 먹자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다시 식단관리에 들어가는 결심을 한다. 다들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결심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동기부여를 강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왜 체중을 관리해야하는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이 작업은 필요하다. 크게 2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먼저 취업. 면접은 첫인상에서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 호빵맨이 면접장에 나타나면 여기서 일하기 보단 밖에서 세균맨을 물리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냐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살을 좀 뺴야한다. 이건 슬프지만 중요하다.

 두 번째가 좀 특이한데, 최근 시작한 피아노가 원인이다. 무슨 말인가. 나는 앞으로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을 나의 재주거리 하나로 삼기로 결정했다. 예전에도 언급햇듯이 이것은 오랜 목표이자 꿈 같은 것이다. 그런데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좀 그럴듯해 보이는 것도 필요하고 또 중요하기도 하다. 

 본래 피아노와 같은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연주자의 모습이란 피골이 좀 상접하고 눈빛은 우수에 찬 듯한 모습으로 마르고 길쭉한 손가락이 건반을 자유로이 유영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어야 젓가락 행진곡도 훌륭한 클래식 소곡처럼 들리게 되는 마법이 발동되는 법이다.

 온갖 이야기를 적었지만, '폼 나게 피아노 치고 싶어서' 살을 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토토로가 피아노치고 있으면 그건 아무래도 멋짐보단 코메디에 가깝기 때문이다.

 목표는 올해까지 앞자리를 바꾸는 것이다. 바뀌어야 앞자리는 나이뿐 아니라 체중도 생긴 것이다. 나이는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바뀌겠지만, 체중은 내 의지가 필요하다는 차이는 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살을 뺴야한다는 것이다.

 ps : 내 앞에 앉은 사람은 코가 얼마나 막혔는지 숨을 쉴 때마다 증기 기관차가 한 대씩 출발하는 것 같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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