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푸흐흡!!!! 아니 글쎄요....푸훕!!!" .....대화할 수 없다. 기분도 나쁘다.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기술이 탁월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웃긴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은 매우 진지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말 자체도 웃기지만 매사 진지하게 웃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대방을 보고 있으면 거기서 또 한번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코미디를 잘 보면, 대사를 하는 사람들은 결코 웃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걸 반대로 생각하면, 웃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자기가 먼저 웃으면 듣는 입장에선 기대감이 평가로 바뀌게 된다. 의외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 저사람 지금 웃긴 이야기 할려고 하는구나, 한번 들어봐야지'라고 생각하면 웃음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아져 버린다. 그래서 웬만큼 웃긴 이야기가 아니면 웃지 않는다.

 차라리 농담같은 이야기들이면 본인이 먼저 웃어도 나쁠 것은 없다. 웃긴 이야기가 좀 안 웃긴다고 큰 문제가 생기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사에 주제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중간중간에 웃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눈웃음이 아니다. 자기가 자기 생각에 취해 웃음이 나오는 사람들이다.

 이건 위험하다. 자신이 왜 웃고 있는지 상대방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당황스럽다는 것이 첫 번째 위험한 이유이고, 두 번째는 나의 웃음에 대해 상대방이 부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내가 우스워 보이나?'의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 강도의 조절을 할 수는 있다. 늘 인자한 표정으로 피안미소를 머금고 대화에 임하는 것을 두고 우리가 상대를 우습게 여긴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박할 정도로 웃거나 자기가 말하면서 푸흡!하고 웃는 것은 정말 거칠게 표현해서 '저사람 왜저래'의 인상만 남길 뿐이다.

 유머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게그욕심이 많아진 사람들이 유독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기가 먼저 웃는 경우가 많다. 이 상황이 반복된다면 유머가 호러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진정한 이야기꾼은 절대 먼저 웃지 않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