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속 모든 것을 즐겨볼 요량으로 휴가를 보낸다면...휴가는 맞겠지?

 

 군대에 가서 들었던 말 중에 아직도 어색한 용어가 제목과 같은 '전투휴식'이다. 후보생 신분에 조교에게 물어볼 엄두는 못냈고, 그저 혼자 고민만 거듭할 따름이었다. 전투휴식이란 무엇일까? 훈련은 전투다! 라는 문장에 따라서 휴식도 전투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그저 전투라는 큰 과정에 포함되는 하나의 세부항목으로서 휴식을 그렇게 부르는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기만 하다.

 하지만 내 나름의 판단으로는 역시 전자의 의미. 휴식 또한 제대로 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전투휴식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볼 때, 휴식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볼 부분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 휴식에 대해 생각을 달리 해본 것은 어제 있었던 일을 경험하고 나서다.

 이 블로그에선 따로 언급한 적이 없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가활동 중 하나는 영화를 보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일단은 영화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정도로 정리를 하고 다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의 영화보는 방법은, 일종의 잡식이라고 할 수 있다. 평론가의 별점과 인터넷 댓글을 가급적이면 참고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제목과 주연배우, 감독과 대략의 줄거리, 어딘가 몰랐던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는 정도의 정보만 있으면 느낌만 가지고 골라서 본다. 물론 이렇게 영화를 고르다보면 정말 별로인 영화를 고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500편 이상 영화를 보고 나면 사람들이 흔히 '명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보게 된다. 그러고나면 정말 새로운 영화, 내가 잘 모르는 국가와 장르의 영화도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과 영화를 대하는 시선도 생기기 마련이다.

 ...또 이야기가 새버렸다. 다시 영화감상이 내 취미이고, 휴식시간을 보내는 수단이라는 것으로 넘어가자. 그런 점에서, 나는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하루에 많을 때는 4편정도를 본다. 물론 모든 영화를 최대로 집중해서 볼 수는 없다. 중간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그날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면, 다른 생각은 최대한 하지 않고 영화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대하면, 내 삶에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새로운 4가지 이야기가 들어오게 된다.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인생과 생각, 경험을 영화를 통해 간접경험한다. 그리고 그 영화속 장면장면마다 나의 생각을 대입시켜보면서, 나만의 생각을 키워나간다. 이런 과정의 반복이다.

 이 과정은 휴식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계속해서 뭔가를 경험하고 생각을 반복해야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이렇게 치열하게 뭔가를 경험할 때, 비로소 휴식 이외의 것들, 내가 일상해서 반복적으로 해야하는 일들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휴식도 마치 전투처럼, 꽤나 열심히 해야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슨 인생을 그리 피곤하게 사는가하는 생각이 안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왕 시간을 투입해서 쉬는 것이라면, 정말 잘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루종일 휴대폰만 보고, 잠만 잔다고 제대로 쉬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떄문이다. 그래서 나는 휴식도 전투라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휴식의 정의를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사전 중 '휴식'이란 : 평소에 하는 일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며 그 순간순간을 편안하게 즐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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