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오래되었다고 그 거리의 전통이 인정받는건 아니더라고

 

 세상에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말이 있다면, 그것은 '노력하면 다 된다'라고 생각한다. 일단 문장 자체가 부실하다. 뭘 노력해야 하는지, 그리고 다 된다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은 거칠게라도 노력을 '열심히'로, 그리고 다 된다를 소득과 명예가 따라오는 '성공'이라고 정의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보자.

 흔히들 세상은 열심히 노력해서, 남들이 놀 때 공부하거나 뭔가를 이루기위해 시간을 투입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라온다고 말을 한다. 그런 것들이 물론 적용되는 분야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험이다. 시험은 범위가 정해져있고, 그 범위 내에서 출제되는 문제를 제대로 기억해서 풀어내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합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시험을 합격해서 뭔가 자격을 얻으면 직장이 생겼고 소득과 명예가 시간이 갈수록 높아져가는 구조가 가능했다. 그래서 다들 당장 힘들고 괴롭지만, 미래가 확실하게 보장된 것처럼 보이는 그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현재 놀고싶은 마음을 접어두고 열심히 시간을 투입해서 공부해서 시험을 치곤 했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런 식의 성공이 나에게 소득과 명예를 보장해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까? 명예는 차치하더라도 소득이 문제다. 자본주의의 발전은 곧 세상에 돈이 더 많이 풀린다는 말과도 같다. 이는 예전에는 이런 일로 돈을 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어린아이가 집에서 짜장면을 먹는다고 10억을 버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고등학생인 작가가 인터넷에서 웹소설을 올려 연수입이 억대에 달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다. 내 주변에는 최고수준의 대학을 졸업하고 훌륭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있지만, 그 사람은 월급 이상의 소득을 블로그 활동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노력이라는 말이 우리의 고정관념에 있는 것처럼 독서실에서 홀로 수십권의 문제집을 풀며 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한 것은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노력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변화를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의사파업을 보며 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파업을 하는 의사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그들이 단순히 탐욕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의사집단의 반대주장에도 타당한 부분은 있었다. 정부는 정책의 보완을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볼 필요도 있다.

 다만 내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그것은 '죽을 노력을 해서 의사가 되었는데 왜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가'이다. 이 생각은 잘못되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개인의 노력이 반드시 성공과 소득의 증가로 이어져야한다는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의사가 되기 위해 쏟은 노력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노력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직업을 가진 분들도 굉장히 많다. 그렇기에 '내가 노력했으니 나는 당연히 소득과 명예를 보장받아야 된다'는 식의 주장은 존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려고 한다. 나의 노력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순식간에 쓸모없는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한다면,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높은 소득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이 양면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나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일상의 대부분의 활동을 해나가는 사회를 절대로 상상하지 못했다.

 앞으로의 10년 뒤? 어떻게 바뀔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20.8.2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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