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조명에 나는 관심이 많았다.

 

 취업준비를 한다는 것은 외롭고 고독한 일이다. 그래서 자신이 매 순간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예 방향을 바꿔 서류와 면접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나처럼 필기시험에 시간을 많이 쓰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나의 경우, 최근 구청에서 주관하는 청렴감사관에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구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제보와 의견 수렴, 그리고 구의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민원실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공무원분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 코로나 시국에 별 것 없었다. 그저 글쓰는 것을 좋아하니 임기인 2년동안 구의 발전방향에 대한 100가지의 글을 써두면 누군가에게 참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5개의 글을 적어 게시판에 올린 상황이다.

 신기한 것은, 어제 구청의 담당관님께 전화가 와서 내 제안을 보셨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나의 제안은 구에서도 사업화할 생각이 있었고, 국비 지원 공모에 선정된 사업과 함께 추진해 꼭 현실화할 것이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물론 내가 사업제안을 하기 전부터 이미 진행이 되었다는 확인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어찌되었던 한낱 백수에 불과한 나의 생각이 구청에 전달되고, 그 의견이 어떤 식으로든, 크던 작던 반영이 되어서 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보람찬 일이었다. 나중에 회의를 하게 된다면 꼭 참석하고 싶다는 말씀도 드렸고, 흔쾌히 알겠다고 해주셔서 더 좋았다.

 힘든 시기다. 백수들에겐 더더욱 힘든 시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필기시험만 주구장창 준비하는 것은 마음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채용담당관은 나의 고뇌의 시간은 이력서에 적히지 않기에 알아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 떄일수록, 뭐라도 해보자.

20.8.2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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