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는 토요일 아침. 걱정부터 생긴다.

 

 어제 저녁부터  심상치 않았던 하늘은 아침에도 엄청난 양의 비를 뿌리고 있다. 그 덕분에 더위걱정 없이 잠은 잘 수 있었지만, 너무나 많이 내린 비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진 않았을지 걱정도 드는 아침이다. 어제 새로 도착한 모니터와 컴퓨터를 설치하고, 잘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였기에 이제 묵혀두었던 걱정 하나는 해소되었다. 아침에 부엌에 가서 보니 컴퓨터를 이용하는 가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해결하면 되긴 하는데, 참 많은 고민과 시간을 소비하였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근 2주를 이것 때문에 애를 먹었다. 예상보다 적은 비용으로 해결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달리 생각하면 전체 금액자체가 적지는 않았다. 마치 자동차를 저렴하게 계약했다고 좋아하고 있지만 차량 가격 자체가 저렴하진 않은, 그런 기분이 든다.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고장이 난 모니터는 제조년을 확인하니 2011년이다. 사올 때부터 중고로 구매했었기에 정말로 내구성이 다 되어버린 것일수도 있다. 특히 강화유리로 제작되어 굉장히 무거웠던 불편함도 이번에 새로 구매한 모니터 덕분에 해결된 부분도 있었으니, 썩 나쁘지 않은 교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컴퓨터에 대한 생각은 여기까지만 하자. 해결되었으니 당분간은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독서실로 향한다. 비가 많이 오는데다 어제 신발이 다 젖어서 세탁을 하는 관계로 오랜만에 구두를 신었다.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걱정거리는 하나 해결되었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리고 원인도 명확하지 않은 미지의 무언가가 나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새롭게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참 쓸데없는 생각이다. 닥치지도 않은 설명 불가능한 뭔가가 올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의미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인간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마 여전히 나에겐 불안감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류를 바꿔가며 해마다 크고 작은 사건이 터졌다. 자전거 사고가 나서 평온했던 퇴근길의 목적지가 응급실로 바뀐 적도 2번이나 있었다. 말도 없이 내 방의 물건이 처분된 적도 있다. 워낙 말을 하지않다가 갑자기 일이 터지면 그제서야 말을 하는 집안이라 이런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경험에 근거한 추정인 것이다.

 별 수 없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해결을 위해선 돈,직장,시간,능력,여유 등등 여러가지가 필요할 것이다. 한 가지로 정리하면 '안정감'이 있어야겠다. 사실 그것 때문에 이 폭우가 쏟아지는 주말 아침부터 독서실을 가는 것이겠지.

 7시 40분이 조금 넘어 독서실에 도착하니 이미 8명이 와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싶기도 하다. 어쩌면 누군가는 나를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독서실에 오는 것을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으니 저들도 아마 별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온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주절주절 생각을 글로 쏟아내는 것이 참 좋다. 머리의 복잡한 고민들이 손가락을 타고 모니터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속풀이는 다 한 듯하다.

20.8.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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