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근로를 시작하였다. 하루 5시간 정도 일하는 단순한 노동이다. 한 달에 벌어들이는 것이 한 100만원이 가량이다. 적은 돈이지만, 취업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으면서, 또 일을 한다는 만족감을 느끼는데 소득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일이 시작됨과 동시에 돈 나갈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잘 사용하던 컴퓨터가 고장이 나버린 것이다. 혼자서 고쳐보려고 하다가, 부품 1~2개 바꾸는 것으론 해결되지 않아 새로 구매를 하였다. 연식이 5년정도 되었으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 주문했던 컴퓨터는 도착했고 룰루랄라 설치를 했는데...
이번에는 모니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그 동안 컴퓨터 본체가 고장나 모니터를 켜본 적이 없었지만, 고장 전에도 모니터가 문제였던 적은 없었던지라 당연히 잘 작동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상식에 맞지 않은가? 그런데 모니터에는 초록색 선이 그어져 화면이 나왔고 이내 화면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왜 잘만 작동하던 모니터는 갑자기 작동하지 않은 것인가, 그것도 돈을 벌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장이 나는 것은 이게 또 무슨 우연의 일치인가,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니 원래 아주 예~전에 고장이 났어야 하는데 내가 돈을 벌 떄까지 겨우겨우 버텨주다, 이제 좀 여유가 생기니 안심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것인가?
약 2주에 걸친 이 컴퓨터 고장사건은 시작부터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고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집을 나온 사이 고장난 컴퓨터는 동네 컴퓨터 가게에 버려졌다. 그래서 나는 대학생 시절 구매했던 그 컴퓨터, 고장난 컴퓨터를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메모지 한 장에 남겨진 글씨를 보고 고장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외에도 글로 남기고 싶은 내용이 적지 않지만,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이미 벌어진 일, 화를 낸다고 내 기분이 다 풀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싸움과 갈등만 일어날 사건이라면, 어느정도 선에서는 멈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마음이 시키고 있다. 이런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그게 맞다. 화를 내봐야 나만 힘들어진다.
그래서 어제 다시 모니터를 주문했다. 5만원이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던 일은 30만원이 나갔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면 그런가보다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돈을 버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여전히 신기하다. 이 기가막힌 시간의 일치가.
20.8.7.금
'나의 생각을 담는 곳 > 하루 한 번의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막힌 타이밍과 우연의 겹침 (0) | 2020.08.09 |
---|---|
문제 하나가 해결되니, 또 생길까 걱정부터 든다. (0) | 2020.08.08 |
똑똑하고 돈 잘버는 배짱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0) | 2020.08.06 |
독서실 출입시간과 나의 마음가짐 (0) | 2020.08.05 |
안정된 삶이라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0) | 2020.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