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독서실 출입시간은 나의 마음가짐과, 다른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한 가지 수단이 된다. 무슨 말인가? 나의 경우 내가 독서실에 입장하는 시간을 가지고 게을러졌는지, 정신을 차렸는지를 알 수 있다. 내 목표는 6시30분에 일어나 7시에 독서실에 도착하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쓴 뒤 7시30분부터 공부를 시작해 저녁9시가 되었을 때 집에 와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그게 온전히 하루를 보람차게 보낸 증거가 된다.
그러나 최근 1달간 전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 도착 시간이 7시30분에서 40분 사이인 것이다. 몇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은 자는 시간이 밤12시가 넘다보니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제일 크게 작용한다. 그리고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것이 싫어서 알람을 꺼둔 것이 두 번째 원인이요, 체력관리를 못해 피로감이 쌓여있는 것이 마지막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설명해서, 늦게 잠들지 않고, 아침에 알람을 맞춰두며, 평소에 체력관리를 제대로 한다면 6시 30분에 일어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원인은 알지만 실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에 항상 고민거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글을 적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면서 왜 못하고 있니?'라고 스스로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어떤 상황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남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닐 수 있지만, 8개월간을 매일 똑같은 공간에서 10시간 넘게 지내다보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친분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것이 사람의 심리가 아닐까. 어쩌다보니 알게 되는 것들도 있었다.
가령 지나가다 보였던 누군가의 책상에 붙어 있던 'D-4'같은 것을 보면 무슨 공부를 하는지는 몰라도 시험이나 면접이 4일 남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4일이 지나면 그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축하할 일이다. 독서실이란 곳은 맥도날드나 잘나가는 음식점처럼 회전율이 좋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잘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일간 보이지 않던 사람이 다시 독서실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그건 그다지 좋은 신호가 아닐 수 있다. 시험 결과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분들의 특징은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독서실에 출입한다. 아무래도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더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라 짐작한다.
내가 왜 이렇게 쓸 때 없이 글을 길게 적고 있는가, 그것은 내가 오늘 늦게 와서 자책하고 있는데, 평소에 나보다 늦게 오던 분이 훨씬 일찍 와서 내가 늘 앉는 좌석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분에 대한 존경심이 들면서 스스로의 게으름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별 수 없다. 내가 늦게 온 것이 사실이니까.
그리고 내일부터는 다시 독서실 출근 3등안에 들기를 목표할 것이다.
20.8.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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