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랑 대화를 하다보면, 자주 느낄 것이다. '아 왜! 이 사람은 내 마음을 모르지?'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도 말해보고, 내 나름대로 티를 내보기도 하면서, 상대방이 내가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고, 말해주기를 바란 적도 있을 것이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 상대방이 내 뜻대로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다.
이유는 다양하다. 첫 째로 정말로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를 수 있다. 누구의 문제라고 딱 집어서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내가 설명을 못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상대방은 이미 내 의도를 파악하였지만, 그에 맞추기가 싫어서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좀 피곤해진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이 어설픈 경우다. 상대도 눈치가 있듯, 나도 눈치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듣다보면 나름대로 추론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그 순간 상대방이 분명 내 말을 이해한 것 같은데 뭔가 행동이나 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 사실 원인제공은 내가 했으면서도 괜히 상대방이 미워지는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상대방이 그냥 내 뜻때로 움직여줄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을 수용하는 경우는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하나는 그 사람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같거나 비슷해서, 나도 그렇게 행동하고 싶을 때이다. 조금 넒게 생각하면 이 경우엔 동정심도 포함된다. 내키진 않지만, 좀 들어주는 것이 내 마음이 편하다 싶으면 받아들여준다.
다른 하나는 권위와 강압, 혹은 저 말을 따라주었을 때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보상이 생길 때이다. 흔히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인간관계에선 이와 같은 이유로 소통이 이루어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러한 방식이 꼭 특정 상황에서만 작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 부모,가족,친구 등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에서 보상과 수용이라는 주고받음에 따라 작동하는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는 종종 있기 때문이다.
글로 길게 적었는데, 그만큼 상대방이 나의 말을 따라준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좋은 방법은 우선 상대에게 뭔가를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과 뜻을 기가 막히게 파악해서인지, 혹은 상대도 내 마음과 비슷해서, 흔히 죽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과 잘 지내면 된다. 이게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대안을 생각해봐야만 한다. 대안은 아주 단순하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나 이거 하고 싶다.' '지금 내 생각은 이렇다' 라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대답과 반응을 해야할 공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 때 주도권은 자신에게 생긴다.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다시 행동을 이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애매하게 둘러 표현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그러면 제대로 말을 할 것이다.(물론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두고 하는 것이다.) 만약 솔직하게 돌아온 반응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아쉬움을 표현하고 거기서 멈추면 된다. 그게 전부다. 더 갈 것은 없다.
만약 이런 과정 자체를 못하겠다면, 그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게으르거나 솔직하지 못한 자신을 탓해야 한다. 남이 내 문제를 알아서 눈치채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그럴 가능성도 낮을 뿐더러,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좋은 태도는 아니다.
하나 더 보태서, 상대방이 내 뜻과 반대되는 의사표현을 했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거나, 불쾌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인간이고, 얼마든지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지점에서 화를 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화를 내야하는 지점은 다른 데 있다.
그것은 내가 솔직하게 생각을 표현했는데, 그것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생각은 표현하지 않을 때이다. 그럴 때는 다시 물어보길 바란다. 물론 싸우자고 달려들어선 안된다. 정중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물어보길 권한다. 그러면 대부분은 솔직한 생각을 말해줄 것이다.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말을 돌리거나 뭔가 애매한 답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는 너무 깊은 관계가 되지 않는 것이 좋다. 갈등을 겪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언제나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내 생각을 표현하자. 물론 정중을 곁들여서. 그것이면 충분하다.
20.7.13.월
'나의 생각을 담는 곳 > 삶에 대한 100가지 생각(完, 20.8.7)'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해결방안을 알려주지 않아도, 들어주기만 해도 괜찮다. (0) | 2020.07.15 |
---|---|
7. 의젓하고 어연하게, 감정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다. (0) | 2020.07.14 |
5.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 사람에게 큰일나지 않는다. (0) | 2020.07.01 |
4.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 (0) | 2020.06.26 |
3. 눈을 피하면 그 순간 의심받는다. 눈빛 마주하기 훈련 (0) | 2020.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