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하루, 뭔가 눈을 뜨니 정신이 개운한 것이 살짝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늦잠을 자버렸다. 아침8시에 눈을 뜬 것을 보고 늦잠을 잤다고 생각하는 나를 칭찬해야할지 자책해야할지 모르겠다. 다만 독서실에서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생각에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하지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1번자리가, 평소보다 훨씬 늦게 도착했는데도 비어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가서 확인해보니 시간이 끝나 자리가 비워진 것일 뿐, 물건은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짐작이 가는 것은 어제 좌석연장을 해두고 오늘도 이 자리에서 공부를 할 요량이었는데, 늦잠을 자버린 까닭에 시간 내에 오지 못해 자리가 비어버린 것이다. 시간 종료시간이 마침 내가 도착했을 때와 맞아떨어진 것이고. 살다보니 이런 우연도 다 있다.
좋은 일이긴 하나, 마냥 좋아하기도 애매하다. 어제오늘 떠들석한 이태원 코로나 확진자와 마찬가지로, 이런 행동들도 개인의 이기심과 자신만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잘 모르고 했을 수도 있지만, 내일 와서 같은 자리에서 하겠다는 그 심보를 이쁘게 볼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꾸만 사회에서 이기적인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 생긴다.
인간에게 자유로움이란 최우선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가치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유가 언제나 1등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때로는 나의 자유가 양보되어야 하는 상황도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 시민으로서 갖추어야할 덕목일 것이다.
그걸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면, 사회에서는 갈등과 불화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그런 사회는 폭력과 분노가 계속해서 생겨나게 되고, 그런 갈등을 잠재우기 위한 비용이 또 다시 생겨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런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한 가장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행동이 바로 '남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의식하며 살기'인 것이다. 내가 오늘 누군가의 이기심을 역으로 이용하게 되어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여기에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차라리 내가 늦게 온 만큼 원하는 자리를 앉지 못하게 되어, 반성을 통해 더 일찍 올 수 있도록 자기 전에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이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일단은 기회가 생겼으니, 그 기회를 누리되, 반성을 잊지 말도록 해야겠다.
20.5.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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