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인지 확인작업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집 근처 새로옮긴 독서실에 다니기 시작한지도 1달이 넘었다. 생각보다 잘 적응을 해서 몸도 마음도 편하다. 그리고 새로 장소를 옮기다 보니 해보고 싶은 것도 하나 생겼다. 그것은 독서실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목욕탕이다.

 이 목욕탕은 내가 사는 동네가 새로 생겼을 때부터 같이 생겨 지금까지 맹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 항상 궁금했다. 어릴 적에 갔을 때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긴 하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그 기억조차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확인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다녀왔다. 자세한 리뷰는 생략하고 느낀 점만 적으면... 결론을 말하자.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문득 목욕탕을 이용하다 보니 어릴 때 봤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기분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감회에 젖어 추억이 올라오는 기분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목욕탕이었다. 동네에 자리 좋은 곳에 있는 목욕탕.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은 든다. 우선 내 머리속에 있던 궁금증이 해결되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론 목욕을 좋아하기 때문에 언제든 목욕을 다녀온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좋은 일이라는 것. 마지막으론 회사다닐 시절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이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 이 3가지 이유로 인해 기분은 좋았다.

 역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경험을 함으로써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

20.9.2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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