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 종종 나오던 그 독서실.

 

 오늘로 독서실 라이프 시즌1이 막을 내린다. 시즌2는 바로 내일부터 시작한다. 아직까지 아무도 없지만 내 글을 다 읽어본 사람들은 종종 들어보았을 내가 다니던 독서실 이야기를 좀 적어보려고 한다. 아직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나의 2020년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해서 애착이 생겼나보다.

 이 독서실을 선택한 계기는 우연했다. 서울에서 본가로 내려가면 하루종일 있어야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자취는 기간을 종잡을 수 없었기에 선택지엔 없었다. 그러다보니 독서실을 찾게 되었는데 마침 내가 내려가는 날과 같은 날에 이 독서실(정확하게는 스터디카페라고 한다)이 개장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 고민도 없이 독서실 사전예약을 걸었다. 그리고 집에 내려온 다음날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다니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그 추웠던 12월과 1월,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에 새벽6시30분에 집을 나와 자리를 잡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었다. 그리고 2월달 시험까지 5분을 아껴가며 공부도 해봤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정도면 열심히 했다' 라는 아쉬움 없는 기분을 살면서 처음 느껴봤던 순간이 바로 이 독서실을 다니면서 생겼다. 그리고 3월과 4월, 한달에 60편의 영화를 보았고 독서와 강연을 읽고 듣고 쓰며 내 마음에 채우고 싶었던 교양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홍상수 감독의 모든 영화를 다 본 것도 이 시기였다.

 세상은 코로나로 인해 시끌벅적했고, 나는 사실 그 여파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채용공고는 미뤄졌고 그게 어쩌면 나에게는 잘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뭐라도 준비해야 했기에 남들이 보는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결과는 빨리 나와 지원하였던 금융공기업에 한 번만에 면접까지 갈 수 있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지만 왜 떨어졌는지를 알 수 있었던 경험이었기에 만족하였다. 그리고 나의 역량을 한 분야 더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에 생전 경험한 적 없었던 디지털/프로그래밍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육을 신청해서 들으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실력을 기를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지금은 취업 이외에 창업이라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가장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역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매일 에세이를 쓰고, 주제를 잡아서 100편의 글쓰기를 완성하였다. 그러고나니 이제는 글쓰는 것이 힘들고 괴로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답답하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에는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작년에 혼자서 공부하며 외로웠기에 사회활동도 많이 시작하였다. 내가 사는 지역의 시민으로서 구청의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 활동은 조금 더 영역이 확장될 듯하다. 그리고 데이터분석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공부하게 되며, 몰랐던 분들과의 교류가 생겼다. 작년과 나를 구분짓는 확실한 차이점 중 하나는 역시 사람이다.

 독서실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을 경험하였다. 하나같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말 한마디 나눈 적 없지만,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독서실을 가기 싫었던 날도 이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독서실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곤 했다.

늘 앉고자 했던 구석자리들. 5개 한정.

 이제 내일부터는 같은 점주님이 운영하는 2호점으로 가서 공부하게 된다. 그곳은 집에서 가깝기 떄문에 장점이 있다. 이제 자전거를 안타도 되고,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될 듯하다. 사실 잘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살짝 이 반복되는 생활이 지루해지고 있었던 차에 장소를 옮기면 신선한 자극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딱 하나 아쉬웠다면 내가 숨기고 싶었던 진심을 깨달았던 것. 호감이 가는 분이 생겨도 내 처지가 꾸질꾸질하다는 생각에 말 한마디 걸어볼 용기없음을 인정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건 예전에도 두번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이번에 또 한 번 경험해야만 했다.

 그래서 남은 5개월, 올해가 끝나기 전에 새로 옮긴 독서실에서는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래서 기분 좋게 독서실 라이프 시즌2를 마무리할 것이다.좋은 일 가득했던 독서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20.8.15.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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