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눈마주치다.

 

 '어차피'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는다. 의지와 노력을 포기한 채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느낌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보다는 뭔가 진취적이고, 계획과 원칙에 입각해서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보다 가치있는 삶이라는 믿음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든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들어 생각이 바뀐다. 살아갈수록 내가 원해서 해낼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고, 단지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로 오랫동안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대게 그런 특징을 지닌 듯하다. 

 

 그렇다고 목표를 포기한 채 하루하루 조르바처럼 살 수는 없다. 그런 삶은 매 순간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불안감이 넘쳐흐르는 삶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조르바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내가 배워야할 부분은 분명 있다. 그것은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는 '어차피'가 적절한 의미가 될 수 있다.

 

노을지는 초저녁, 해먹에 몸을 기대어.

 

 이제나-저제나, 내가 고통스럽던 행복하던, 변치 않는 사실 하나는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매 순간은 처음이자 마지막이기에, 그 유한함의 순간 속에서 나는 선택해야만 한다. 매 순간을 즐길 것인가, 고통속에 보낼 것인가. 둘 다 가능한 선택지이며, 즐긴다고 해서 벌칙을 받는 것도 아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무슨 일을 하던, 마음 편하게 먹고 하자. 마음이 편해지면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하는 일을 조금씩이나마 즐길 수 있게 된다. 물론 사람 마음은 스위치같은게 아니다. 여전히 고통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마음에 묻어난 고통의 얼룩을 닦아낼 수 있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음을 놓고 여유를 즐길 수 있을까? 과거와 미래를 고민하지 말고 현재, 지금 이 순간에 나를 집중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후회스러운 과거는 이미 지난 일이며, 걱정스러운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분명 내 앞에 놓여져 있다. 나는 오롯이 여기에만 몰입하고 집중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하루를 열심히 집중해서 충실하게 보냈다는 그 사실이, 나의 마음에 여유와 평안을 가져다 준다.

그것을 기억하자.

 

20.5.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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