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밀리기 시작하면, 길도 마음도 멀어져만 간다.

 

 오늘 좀 망설였다. 현재 시간은 밤 10시 52분. 평소에는 아침에 쓰는 에세이지만, 오늘은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매우 피곤한 상태이기도 하다. 나는 피곤해지면 두통이 온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집에 오자마자 씻고 잘 생각부터 했었지만, 결국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다시 원래의 마음상태로 다잡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그 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기 떄문일 것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은 이럴 떄도 여전히 적용된다. 해야만 하는 것을 알면서도 피곤하면 미루고 싶어지고, 그렇게 미룬 일은 계속해서 하기가 싫어지는 것. 그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도 졸음을 참고, 뻐근한 어깨와 손가락을 움직여가며 글을 쓰고 있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나의 의지가 뛰어나서만은 아닐 것이다. 앞서 사람은 적응을 잘 하며, 쉽게 게을러진다고 했지만, 이 말은 반대로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슨 말인가, 나는 하루에 글을 하나 쓰는 것에 적응이 되었고, 이것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찝찝해지는 상태가 되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할 일은 하게 되어야 한다.

 

 이것은 양치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습관인 양치처럼, 글쓰기와 같이 사뭇 부지런해야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도 일단 어느정도 습관만 잡히고 나면 그 떄부터는 양치를 하지 않으면 찝찝해지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 행동이 습관화되었다는 것은 일정한 행동양식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가령 내 글이 그렇다. 세상에 거의 없을 내 글을 몇 가지 읽어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내가 쓰는 에세이는 일종의 형식이 아무 흡사하다. 이런 것을 두고 시스템적 글쓰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 2개에 3줄짜리 문단 각각 3개씩으로 구성된 나의 에세이는, 일단 이렇게 형식이 갖추어져 있기 떄문에 나는 내가 하는 생각을 이 형식에 정리해서 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은 아니고, 하나의 모범양식 같은 것이다.

 이런 양식이 정해져있고, 행동이 습관화되어 있으면 아무리 하기 싫고 피곤하다고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나는 내가 여러번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행동과 습관이라는 그릇에 그저 담아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연습이 되어있지 않다면, 일단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도 엄청 고민이 될 것이다. 자유양식이라는 것은 사실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글쓰기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고 쉽기까지 하다.

이렇게 오늘도 글 한편을 뚝딱. 적어내었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아마 그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엔 좀 힘들다가도, 몇 번 하다보면 금새 적응해서 잘하게 되는 것. 그런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러한 믿음만 있다면,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데 전혀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어진다.

20.7.7.화

견우와 직녀는 오늘 잘 만났을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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