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건축이 아닌 친절함으로 유지될지도 몰라

 

 별일은 아니었다. 어떤 분이 말을 걸어오길레 보니  독서실 이용하는 분은 아니고, 프린트를 할 일이 있어서 온 듯했다. 그래서 우선 사용방법을 알려드렸는데, 처음이다보니 뭔가 잘 되지 않으신 듯했다. 그래서 다시 말을 걸어 한 장을 프린트하는 것을 도와드렸고, 같은 방법으로 하시면 된다고 알려드렸다.

 정말 별 것 아닌 일이다. 그런데 그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직원도 아닌 사람에게 물어본다는 것이 반드시 간단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내가 그 상황에서 '저 직원 아닌데요'라고 말하고 나가버리는 상황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그 사람은 얼마나 무안하겠는가. 다른 사람에게 불편한 감정을 제공하는 것은 친절한 자세는 아니다.

 그러니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 손익의 득실을 따지지 않고 그냥 생각 없이 도와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너무 고민하지 말자. 다른 사람이 그래도 자기를 찾아준다는 것은 일단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떠나서, 저 사람이라면 뭔가 알 수도 있다라는 가벼운 신뢰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약한 의미에서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다.

 물론 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도 글감을 찾다가 문득 떠올라서 쓴 것 뿐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담고있는 마음가짐은 상당히 중요하다.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웬만하면 그 요청에 응하겠다는 마음을 평상시부터 가지고 사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7.2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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