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이다. 독서실을 나와서 자전거를 타려고 보관소에서 자전거를 빼내려 하는데, 다른 자전거 손잡이에 걸려 빼는 데 애를 먹었다. 힘을 줘서 뺀 것이 화근이었는지, 핸들과 바퀴가 따로 움직이는, '핸들 돌아감'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 덕에 집에 오는데는 자전거를 끌고 와야만 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집에 와서 나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그저 핸들과 자전거 바퀴를 이어주는 어떤 결합 부분을 조여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짐작한 채, 무작정 렌치로 결합부분을 조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내가 조이려고 할수록 애먼 바퀴만 계속 헛도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상황이다.
일은 벌어졌다. 자꾸 억지로 조이려다보니, 바퀴가 360도로 회전을 하면서, 브레이크를 이어주는 케이블의 지지대 일부가 파손이 된 것이다. 그 덕에 앞브레이크가 작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별 소득이 없게 되자, 나는 일단 다시 집으로 올라가서, 고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맙소사! 나는 완전히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핸들이 돌아가는 증상에 대한 해결방법은 매우 간단하였다. 그저 육각렌치를 이용하여 핸들 중앙부분의 너트를 다시 조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해 계속 조이려고 했던 부분은, 사실 전혀 문제해결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결국 다시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찾아본 정보대로 조치를 취했고, 문제는 너무나 쉽게 해결되었다.
결국 나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내 짐작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고, 그 결과 나는 앞브레이크 파손이라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내가 했던 일에서 순서만 바꿨더라면, 나는 아무 문제 없이 문제해결에 성공했을텐데, 나의 조급함과 근거없는 자신감이 오히려 문제를 키운 꼴이 되버린 것이다. 당장 오늘 독서실에 오면서 자전거를 탔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잘 작동했던 앞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은 내 삶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잘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어림짐작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달려들었다가,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키는 상황 말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내가 해야할 것은 정해져있다. 무슨 일이든지 간에, 시도하기에 앞서 그것이 충분하던 충분하지 않던, 일단 '알아보려고 하는 것'자체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감이 생기더라도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생각하는 방법이 맞는지,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는 자세가 나에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절하게 들었던 순간이다.
하...이제 또 앞브레이크를 고쳐야 할텐데, 나에게 또다른 근심이 생긴 것이 참 씁쓸해지는 하루다.
20.4.23.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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