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갈 길이 멀다. 조금 더 해볼 만해졌다.

  요즘의 삶에 대해서 느끼는 것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것이다. 지난 주도 아니다, 면접에 불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 화요일인데, 벌써 몇 달이나 지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대단히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닐테다.  내 나름대로 속풀이를 실컷 했고, 그걸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속에 담겨있던 것들을 많이 비워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근자에 들어 자꾸만 드는 생각은 '아, 뭔가 좀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것이다. 이것을 의욕이라고 불러야할지, 아니면 생각만큼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초조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어쩌면 인정하긴 싫으나 게으름에 대한 하나의 경고음으로 나타나는 심적 신호일 수도 있겠다.

 김우창 선생이 글에서 자주 언급하듯, 사람도 그렇고 사물이나 현상을 해석할 때는 하나의 명리로 명쾌하게 설명가능한 것은 드물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지금의 내 머리에 들어오는 이런 생각들은 역시 원인이 여러가지가 뒤섞여 있다는 생각으로 결론이 나게 된다. 의욕과 초조함, 그리고 나태함에 대한 경고, 나는 어떤 부분에서 이런 것들을 느끼는 것인가.

이거 분명 한 두번 사용한 그림인 듯한데...

 우선 의욕이다. 의욕이 생긴 이유는 역시 꾸준하게 뭔가를 매일같이 하고 있다는 데서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것 없어 보이는 하루의 일상이지만,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며 쌓여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매일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것의 반복됨이, 학습효과로 인해 같은 시간을 투입해도 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잊혀지는 것보다 쌓이는 것이 많아진다는 기분이 들었기에, 마음에 여유가 생겨 새로운 것을 시도할 의욕이 발현하지 않았나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리고 초조함은 현실상황과 맞닿아 있다. 삶을 비교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고언한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비교하게 되는 부분이 내겐 남아있다. 특히 다른 사람과의 비교보다는 과거의 나 자신과의 비교를 자꾸만 하게 되는 요즘이다. 과거의 그 순간, 이런 선택을 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가지 않았던 길,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크고작은 후회를 한다고들 한다. 나 또한 그렇다. 혹시 지금의 삶이 잘못된 선택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닌가에서 지금의 초조함이 생겼다는 것. 이것이 어설프게나마나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근거로 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태함이다. 나태하다는 것은 하루의 삶을 과거 내가 나태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날들과 비교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가령 독서실 도착시간이 대표적이다. 작년 12월 17일부터 회계사 시험을 치르기까지 약 2달간은 새벽 6시 30분이면 독서실에 도착했었다. 그리고 짐을 푼 뒤, 헬스장에 가기 전 건물 1층에서 담배를 피우며 눈 앞에 보이던 전자시계 전광판에서 가리키던 시간은 아침 7시 6분이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항상 7시 6분 언저리가 보였기에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최근엔 헬스장에 가지 않으면서도 독서실에 도착한 시간을 보면 7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전과 비교해 1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잠 드는 시간도 그렇다. 예전에는 11시 정도면 잠이 들었는데, 요즘은 딱 1시간이 늦어졌다. 그러고보니 아침 도착시간도 1시간 가량 차이가 나는데, 늦게 자는 만큼 늦게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담이지만, 글을 쓰는 것을 하나의 취미로 선택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는 내 감정을 생각으로는 정연하게 정리할 수 없었던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15분 정도 투자하면 1편의 글을 통해 내가 가진 생각을 나름대로 결론을 내어 정리를 할 수 있게된 듯하다. 내가 납득할 수만 있다면 정답인지 여부는 무관할 것이다. 

동시에, 글로 적지 않았지만 또 몇가지 생각들이 정리가 되어간다는 것을 느낀다.

20.7.1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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