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모습이나 다양한 형태

 

 올해들어 나의 변한 부분 중 하나는, 생각나는 것에 대해 숨기지 않고 가급적이면 솔직하게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부끄럽게 생각했거나,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 혹은 숨기고 싶었던 부분에 대해서, 그래도 말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표현을 해보면서 의외로 별 것 아닌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내가 하고 싶은 생각과 말을 자주 표현하려고 한다. 그게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선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산다는 것이 자유가 아닌 오만과 방종으로 비춰지는 것은 안될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금 깊게 고민해볼 지점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부분이다.

 무슨 말인가 하니, 내가 무언가를 표현했다고 했을 때, 상대방의 경우 반응이 온다. 무반응의 경우도 하나의 반응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이 때 상대방으로부터의 반응은 형태도, 방식도, 속도마저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매우 빨리 대답하고, 혹은 아예 대답이 없거나, 여지를 남겨두고 대답을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들까지. 최근 내가 연락을 주고받는 10명 남짓한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가 달랐다.

집 하나의 불빛에 각자의 인생이 담겨있듯

 사람마다 반응의 양태가 다를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내가 생각해볼 지점은 그 상대방의 몇몇 반응에 대해 내가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심지어 스스로에 대해 짜증이 나는 것은, 그 사람은 나름대로 배려를 한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 것 같기에, 내가 뭐라고 말을 하는 것이 나로서도 부담스러운 경우이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당장 떠오르는 것은 이런 상황 자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상대방은 내가 생각해봐도 나쁜 의도로 행동을 한 것이 아님이 너무도 자명하다. 그렇기에 내가 솔직하게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로는 나도 내 마음을 은은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나와는 맞지 않다. 결국 선문답이 될 수 있는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이런 식으로 소통을 이어간다고 해서 당면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이 내가 선택한 것인데, 그냥 가만히 그 사람의 행동을 존중하는 것이다. 구태어 그 사람의 행동과 말에 대해 나의 생각을 전달하지 않고, 잠시 멈춰서 내 생각을 가다듬는 것이다. 지금 그 사람의 행동과 말, 거기엔 어떤 생각이 담겨있는지를 골똘히 생각해본다. 나름대로 의도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그 결론은 틀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인만큼, 책임도 내가 질 뿐이다. 어쩌면 책임질 일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가 볼 수 없는 내 머릿속의 생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리된 생각을 행동으로 차근차근 옮기는 것이다. 불쾌함이 도저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과는 낮은 단계의 거리두기가 시작될 것이다. 내가 오해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겐 평소보다 더 잘해주게 될 것이다. 결국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니 나의 생각으로 말미암아 상대방의 배려일 수도 있는 행동에 대해 너무 빠르게 표현하는 것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아침에 떠오른 나의 생각이다.

 

20.7.1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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