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살자. 그래도 행복하면 된거지 뭐.

 

 어제부로 방에 장판설치를 마무리지었다. 좋으면서도 참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치수계산을 잘못해서 공간이 남았고, 그걸 덧댄다고 또 장판을 작게 잘라 메웠다. 이음새는 벌어진 틈으로 옛날 장판이 보이기도 한다. 삐뚤삐뚤한 마감처리까지. 만약 돈을 주고 업체에 맡겨서 이런 결과를 받았다면 난 싸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한 것이니만큼 그렇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어찌되었던 '장판 한 번 바꿔보자!'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는 그 자체가 나에겐 중요했던 것이다. 군데군데 엉성함이 보이긴하지만, 역시 장판을 바꾸고 났을 떄가 이전보다 낫다. 그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나로서는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나는 이런 '대충해도 만족하면 된다'는 심리가 최근들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너무 잘할려고 하거나 소위 완벽함을 추구하다가는 몸과 정신이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잘할려고 생각할수록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그럴 바에는 대충이라도 일단 시작을 해보는 것이 좋다.

 누가 그러더라 인생은 태어난 김에 사는 것이라고. 태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한 적 없었으면서(자기 기준) 우연히 태어난 인생을 왜들 그리 '계획적'으로 살아가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우리는 우연하게 태어난 존재이므로 우리의 삶이 우연의 연속이라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인데, 꽤 설득력있게 들려온다.

 주말이 되었고, 오늘은 하루종일 글을 쓰고, 읽고하며 공부를 할 것이다. 목욕탕도 다녀올 예정이며 이제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한다는 파파이스도 들러볼 참이다. 역시 오늘도 바쁠 예정이군. 좋다!

 

20.9.19.(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