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주말은 신기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평일과 주말의 삶이 다를 것 하나 없는 백수인 나에게도, 주말이 되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풀리고, 몸도 평소보다 나른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오랜 시간동안 주말=쉬는 날이라는 공식이 몸에 베여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사람은 주5일정도 뭔가를 하고 나면 2일 정도는 쉬어줘야 하는 것으로 어떤 자연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일까, 알 수는 없다.
주말이 되면 괜히 여러가지 생각에 잠긴다. 특히, 지금의 자기 상황과 맞물려서 생각들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요즘들어 하고 있는 생각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1. 나는 제대로 잘고 있는 것일까
2. 왜 나의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 것일까
3. 내가 하는 일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4. 왜 나만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것일까
5. 남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적어놓고 살펴보면 하나같이 자신에 대한 자책들뿐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위안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료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나는 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사람이 만약 혹시라도 있다면, 이 사람은 왜 제목과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내가 글을 잘 못적는 사람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테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위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주말에 내가 하는 주된 활동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 나는 주말이 되면 유독 혼자서 자기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갖게 된다. 커피를 마시다가, 담배를 피우다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시 생각은 언제나 나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의 주말보내는 방법과 차이가 있다면, 활동보다는 생각을, 소통보다는 사색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특별한 일도 아닐 뿐더러, 마음에 우울감이 있을 때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주말을 이렇게 보내는 방법밖에 알지 못해서 그냥 이렇게 보내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하나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려는 욕심이 있다.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주말을 보내든 간에, 그 것이 다음주의 평일을 위한 회복의 시간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큰 틀에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내야 회복의 시간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말한 단계는 아닌 듯하다. 이런 것들은 조금 더 주말을 살아봐야,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도 몇 가지는 내가 주말을 보내는 법. 정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렇게 평소보다는 조금 더 길게 글을 쓰고, 마음의 조급함을 비우려고 노력하고, 뭔가를 이루어내겠다는 치열함보다는 나태함을 더욱 마음편하게 즐기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는 것. 그것이 내 삶에 도움이 안될지라도 말이다. 아니 이렇게 살아야, 어쩌면 내가 삶을 더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안되나보다 싶다.
오늘은 날씨가 제법 흐려서, 산책을 가기엔 적당한 날씨가 아닌 듯하다. 아침에 목욕탕에 가서 목욕이나 할까 했는데, 늦잠을 자버려서 그것도 김이 새버렸다. 죄책감은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 주말의 출발이다. 여기서 하나 또 발견한 것은, 나에게 주말은 일요일만 해당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제도 분명 주말이었는데, 이상하게 토요일은 내게 평일과 큰 차이가 없다. 일요일, 오직 일요일만이 뭔가 진정한 주말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가능하다면 이렇게 주어진 시간에, 단편 소설을 짧게나마 한 편 적고 싶다.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없지만, 생각은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니까. 오늘의 작은 목표는 5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단편 소설이나 하나 적어보는걸로 해야겠다.
그거면 충분히 값진 주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