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답을 정해둔 사람과 길게 말하지 말 것, 설득하지 말 것.
답.정.너.
[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줘]라는 말이 있다. 매우 오만한 태도다. 저 답이라는 것도 '자신이 답이라고 믿고 있는 답'일 뿐이며,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오만함이 가득한데 심지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본인의 생각에 동의해주기를 바라는 상황이라니! 글로만 적으면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살다보면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원하는 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을 것이다. 아픈 환자에게 건강을 바라는 말, 직장 상사의 업무방식을 존중하는 사업대안, 부모님께 별로 비싼 것 아니라며 드리는 사실은 비싼 선물 등등, 몇 몇 상황에서는 착한 거짓말이라고 하면 좋을 법한 말을 해야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들을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런 경우들은 예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진짜 피해야할 답정너들은 따로 있다.
그것은 아예 생각을 바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특히 인터넷 공간에 매우 많이 보인다. 어떨 때는 일부로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소위 '키보드 배틀'이라고 하던가, 그 광경을 보고 있자면, 싸움의 당사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논리가 안먹히면 비아냥으로, 그것도 효과가 없다 싶으면 조롱과 욕설로 상대방을 깔아뭉개려 한다. 어떤 때는 자신도 지금 하는 말이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반응이 재미있어서(자신에게 타인이 욕이라도 좋으니 시간과 관심을 쏟아준다는 잘못된 관심을 호소하는 것처럼) 말도 안되는 글을 적기도 한다.
현실이든, 인터넷 공간이든, 이런 사람들과는 절대 길게 대화를 이어가선 안된다. 이런 방식은 애초부터 '대화'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이들 잊고 살지만, 대화는 기본적으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있어야 성립이 가능한 행위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듣는 사람은 없고 말하는 사람만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말은 듣는 것조차 거부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일에는 자신의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빠지는 것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 웬만하면 엮이지 말라는 것이다. 두 번째가 있는 그냥 '아 그래요?'하고 거짓으로라도 인정을 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인정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표현으로 그 사람의 말을 내가 들었다. 알겠다. 거기까지만 반응해주는 것이다. 더 나아갈 필요는 없다. 마지막은 내가 조심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말에 논쟁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진지한 대화를 나눌 상대가 아니라면,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전달하지 않으려고 해야한다. 그리고 다음 번에 소개할 내용이지만, 대화의 장에서 나는 가만히 있고,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전부 토해내게끔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제 풀에 지칠 때까지,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잊을 말큼, 심지어 어디까지가 진실이었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구분하지 못할만큼, 그렇게 말을 다 끄집어내고 나면 알아서 멈출 것이다. 그러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아예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냥 피하자. 그게 좋다.
20.6.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