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나는 요즘 매일,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한다. 세상사는 언제나 그렇듯,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남들은 취업해서 바쁜하루를 보내겠지만, 나는 마음만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주말에도 다를 것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7시쯤 도착해서 저녁8시30분까지. 취업에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하며 시간을 보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나의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다.
그런 내 일상에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사람이 보였다.
나는 이분과 이야기를 해본적도 없다. 다만 나와 비슷한 시간에 공간에 도착해, 늘 앞뒤자리에 앉아 각자가 해야할 공부를 할 뿐이다. 인연이랄 것도 없고, 어쩌다 문을 열고 있을 때 이분이 들어올라치면, 문이 닫히지 않게 몇 초간 잡고 있었던 것이 전부다. 그래서 사실 처음에는 호감이랄 것도 없었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를 뿐이다.
내가 이분께 호감을 가지게 된 이유는 외모도 아니고 성격은 알 수도 없으니 더더욱 아니다. '꾸준함'이었다.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거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이 생활을 2달째 반복하고 있다. 사람이 시험을 합격할지 못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최소한 저렇게 공부를 한다면, 합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꾸준히 공부를 하시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이분이 존경스러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내 공부를 저분만큼만 했다면, 나도 금새 취업이 될텐데, 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이런 생각들이 쌓이다보니, 호감으로 바뀌어버린 것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이상형이 있다면 저런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한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자기가 이루고자하는 바를 달성하기위해 매일매일 꾸준하게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이상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아마도 고백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한 용기도 없고, 내 처지에 대한 비관이 너무나 심해 다가갈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용기가 있다고 해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다. 이건 물론, 나의 용기부족에 대한 변명일 뿐이라는 것을 나 역시도 알고 있다.
어쩌면 지금과도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대로 할 일을 하고, 그분은 그분대로 열심히 살고 계시니, 각자가 이룰 것들을 이룬 뒤에 이 스터디카페를 그만 다니게 되는 것. 그거면 충분한 것이니 여기서 더 인간관계를 발전시킬 필요는 없다.
이런 것을 보고 인터넷에서는 찐따의 망상증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걸 내가 인정하는 것은 슬픈일이 아니겠는가. 그냥 요즘 하루하루가 막막한 내 일상에,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나의 마음에 용기를 북돋아주는 분이 한명 있다. 그정도로 정리하고 싶다. 내가 말을 전할 수는 없겠지만, 이 분이 하루라도 빨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시길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다.
20.4.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