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을 담는 곳/하루 한 번의 글쓰기

커뮤니티 서핑을 그만둔다. 아무 의미 없음을 15년만에 깨닫다.

이소하 2020. 6. 10. 07:52

저물어가는 노을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 내 과거도 돌아오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내가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것에 흠뻑 빠져 살아온 것이 벌써 15년이나 되었다. 그 기간동안, 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매일같이 하루에 2~3시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온갖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은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심각할 정도로 치우친 여론과, 그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눈에 너무나 거슬리기 때문이었다. 한 가지의 목표를 정해두고, 그것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든 의견과 비판은 입에 담지 못할 비아냥과 욕설, 그리고 집단적인 모욕,댓글로 사람을 찍어누르려는 것이 자꾸만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것을 계속해서 보다보니, 나도 굉장히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두 번째는 고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다.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가 굉장히 좁게만 느껴졌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 느낌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유하자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은 축구 경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것인데, 축구 경기는 겨우 22명이 뛰는 것이지만, 그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수 만명이 될 수 있다. 수 만명의 생각은 각자 다를 것이지만, 보고 있는 축구 경기의 결과는 같을 것이다. 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이 이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이 글이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이 써 있지만, 사실은 알고보면 한 개인이 자기 생각을 적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검증도 오류에 대한 지적도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기엔 문제가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동시에 여론조성을 위한 의도를 가지고 글을 작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 더욱 마음에 걸렸다. 내가 저런 글들에 계속해서 노출될수록, 나는 더더욱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세상은 인터넷 공간보다 훨씬 넒어요.

 

 마지막으로 대안과 현실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더욱 깊은 통찰과 깨달음을 주는 곳은 얼마든지 있었다. 가령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열린 연단]과 같은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과 강연은, 웬만한 책을 읽는 것 이상의 깊은 깨달음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준다. 유튜브에서도 좋은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이 많이 올라와있다. 더 나아가서, 우물 안 개구리와 같았던 인터넷 커뮤니티를 벗어나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현실 세계에서 접하고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열리기도 했다. 결국, 인터넷 커뮤니티에 매몰되어 살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그만두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순간에 갑자기 '아 내가 이걸 왜하고 있지' 와 같은 생각이 머리에 확 들어오는 계기가 찾아와야 한다. 그러면 자신의 인터넷 생활습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지도 모를 일이다. 

20.6.10.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