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을 담는 곳/하루 한 번의 글쓰기

일을 하는걸 왜 부러워하나, 백수를 즐기는 것은 마음에 달렸다.

이소하 2020. 6. 9. 12:55

집에 콕 박혀있는게 뭐가 어때서

 

 미리 이야기하면, 어설프게 글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하는 글은 아니다. 다만 몇 가지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뭔가 잘못 생각함으로 인해서 본인의 마음에 스스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글을 적게 되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겠지만, 결론은 하나다,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괜히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오늘 교육이 있어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금융중심지로 불리는 곳에 왔다. 신문에서나 보던 we work라는 곳도 오늘 처음 가보게 되었다. 신선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도 생겼다. 오전에 강의를 듣고 점심을 가볍게 먹으려 나오니, 옆 건물에서 금융업 종사자들이 나와있다. 담배도 피우고, 이야기도 하고, 나름대로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예전의 자신이 생각났다. 나의 경우, 이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조차 싫어했다. 저들은 좋은 직장에 다니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고, 나는 뒤쳐져서 저들이 누리는 것을 즐기지 못하는 패배자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은 갈수록 나의 마음을 괴롭게 만들어갔다.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 틀린 생각이었다.

반짝거린다고 속까지 다 좋은 것은 아니더라

 

 세련된 젊은 사람들이 꿈을 키워가는 공간처럼 광고했던 위워크의 점심시간. 이곳에서 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식사는 컵라면이었다. 나는 컵라면 먹는 것을 가지고 비난할 생각이 없다. 다만 이제 나이가 들어 경험이 쌓이다 보니, 스타트업이라는 것은 자본이 부족해 박봉에 고된 근로에 시달리는 상황임을 알고 있을 뿐이다. 

 옆건물의 연봉 수천만을 받는 금융업계, 공기업 종사자들은 어떨까? 돈의 문제에선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 있으나, 역시 내가 살면서 깨달은 것은 세상에 그냥 주는 꽁돈같은 것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아주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겉으로 화려해보이는 저 건물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오늘도 새까맣게 썩어가고 있을까, 나는 그것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런 글을 적으면 혹자는 말할 것이다. 닿지 않는 나무에 매달린 포도가 시고 맛이 없을 것이라는 여우의 불평과 다를 것이 뭐냐고 말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저들의 고통을 강조하기 보다는, 저들의 삶을 맹목적으로 부러워하고, 동시에 저들이 되지 못한 자신의 삶을 지나치게 자책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결국, 노동자라는 것은 피곤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직장에서 가끔씩 있는 재미있는 일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평소의 삶이 워낙 재미없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정말 별 것 아닌 일에도 박장대소를 하는 경우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그렇기 떄문에,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찌되었던 지금 자신의 삶을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동시에, 너무 좋은 직장을 가지려고 생각하는 것은 한 번은 고민해보길 권하고 싶다. 그것이 물론 좋은 길이겠지만, 위에서 적었듯 반드시 100%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좋은 직장을 다녔지만 만약 앞으로 직장을 가지게 된다면 꼭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직장을 가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한 달에 2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주면서, 내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는 직업이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다. 이런 생각이 지금 당장은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선택지도 있다는 것 정도만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제 곧 오후 강의가 시작된다.

 

20.6.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