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 산책하고 자전거 타고, 맥도날드 먹기.
자의반 타의반으로, 요즘은 새벽6시를 넘으면 집을 나선다. 독서실에서 원하는 자리에 앉으려면 그정도 노력은 해야한다. 그리고 나도 그러길 원했으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담배를 끊어서 여유가 생긴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1주일에 한 번은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는다. 그게 나의 중요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독서실에 짐을 두고, 오늘 도착한 자전거용 후레쉬를 작동시켜본다. 저렴한 가격 탓인지 생각했던것 만큼 성능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몇 일 써보고 반품을 고민해야할 듯하다. 다시 자전거의 자물쇠를 풀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페달을 밟는다. 첫 번째 목적지는 맥도날드다. 도착까지는 겨우 5분 남짓이다.
5분의 이동시간동안 고민이 들었다. 미리 먹은 바나나2개가 꽤 양이 되었는지 배가 고프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방향을 바꾼다. '선데이 아이스크림 초코'를 먹자고 말이다. 안 먹은지 꽤 되었기에 한 번 먹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게다가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란 기대감도 어느정도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품절'이란 표시가 떳다. 혹시나 이게 맥도날드 앱 쿠폰으로 구매해서 안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키오스크에서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 주문을 했다. 매우 정상적으로 주문이 가능했다. 아하! 이 녀석들, 나에게 500원 할인을 해주기가 그렇게 싫었던 것이냐. 그렇다면 나도 먹기를 거절하겠다.
혼자서 이딴 생각을 하면서 맥도날드를 나왔다. 자전거를 다시 타고, 부산의 몽마르뜨라는 제법 거창한 이름을 지닌 언덕의 내리막을 타며 바람을 느낀다. 그리고 바닷가를 옆에 두고 자전거를 기분 좋게 탄다. 이 아침, 약 7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그것도 평일인데 자전거를 여유롭게 타며 바닷바람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행복이라는 생각에 젖어든다.
오늘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코스를 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려고 하니 이제는 배가 고픈 기분이 들었다. 아! 야속한 내 머리속에 돌아가는 길에 다른 맥도날드가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나버렸다. 결국 거기로 가서 맥모닝 세트를 먹는다. 다시 처음의 선택지로 돌아온 것이다.
해쉬 브라운과 소시지가 들어간 맥머핀, 그리고 차가운 커피를 창가쪽 자리에 앉아 먹는다. 귀에는 누가 부르는지도 모르는 음악이 들려온다. 자전거를 타서 그런가 허벅지에는 팽팽한 근육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몸에서는 약간의 땁이 콤콤하게 나있는 기분이다.
이 순간, 문득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 좋음'의 상태를 느꼈다. 대단할 것도 없지만, 동시에 이만한 것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자체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에 질적 차이가 과연 얼마나 클 것인가, 비싼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만이 지고의 쾌락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만한 일에도 행복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오늘의 이 사소한 경험을 내가 글로 남길 수 있다는 것. 나의 삶에 추억 한 페이지가 더 쓰여졌다는 사실에 또 다른 기쁨을 느낀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의 행복에는 커피/맥모닝/자전거/햇살/음악/그리고 바닷바람이 곁에 있어주었다.
20.5.27.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