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태풍이 다가오며
아침에 눈을 뜨니 어둑어둑하다. 벽에 달린 시계를 보니 5시. 잘되었다 싶어 다시 자려고 하는데 알고보니 내가 몸을 기울려 본 탓에 6시를 5시로 착각한 것이다. 그래도 뭐 여유가 있긴 하다. 다시 잠에 든다.
꿈을 꿨다. 목적을 알 수 없는 선배들과 교수님과의 만남이 주제였다. 선하고 인상이 좋아보이는 선배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살면서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모임의 식사메뉴는 피자였는데, 꿈에서의 설정은 내가 피자를 구워서 차려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꿈은 뒤섞인다. 분명 내가 만든 피자를 먹고 있는데 제대로 익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같이 언급된다.
이 말은 일단 첫 번쨰로 만들어진 피자는 먹고 있는데, 두 번쨰 피자가 제대로 구워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첫 번째 피자가 제대로 익혀지지 않았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그랬다.
꿈은 나의 무의식에 잠재되어있는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프로이트가 말했다는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나의 욕망은 피자를 먹고 싶다는 것과 선배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일까
일리가 있다.
이 무가치한 생각들을 하며 눈알과 몸을 뒤척거리다보니 잠이 깨기 시작한다.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두유를 챙긴 뒤 집을 나섰다. 독서실까지는 걸어서 3분. 시계는 8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는 게으름에 대한 반성조차 하기 싫을만큼 일상이 되어버린 출근시간이다.
거센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다.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 태풍은 얼마나 피해를 줄지 걱정이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태풍의 거센 바람이 많은 사람들의 근심과 불안도 함께 가져가주었으면 하는 데 있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가 떠오른다.
20.9.2.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