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 영화가 어릴 적과 다르게 느껴진다.
결국 살면서 한 번은 보게 되는 것이 주성치 영화다. 집에 tv가 있다면 각종 영화채널에서 그의 영화를 반드시 방영하기 때문인데, 일단 적지 않은 편수의 영화를 제작하였고 출연한데다, 무엇보다 장면장면이 꽤 재미있다보니 일단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한국에서 그의 영화 중 유명한 것으로는 [소림축구], [식신], [쿵푸허슬] 정도가 있을 것이고, 좀 더 나이가 있는 세대에게는 [도학위룡], [도협], [북경특급], [도성] 등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미인어]나 [신서유기] 등등. 감독,출연 작품이 너무 많기 때문에, 분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 중에서 나는 어제 [신 희극지왕]을 보았다. 1999년 개봉했던 주성치 주연의 [희극지왕]의 내용과 거의 동일한 작품인데, 주연이었던 주성치는 감독이 되어 영화 속 주인공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긴 했지만, 2019년의 시대상이 반영된 새로운 희극지왕의 모습은 나에게 몇 가지의 여운을 남겼다.
주인공으로 나온 소몽은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볼품없는 몸매, 예쁘지 않은 외모, 그리고 감독이 시키는대로 연기하지 않는 탓에 10년을 엑스트라 배우로만 전전한다. 하지만 게으르거나 연기에 대한 열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연기를 위해 많은 공부를 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준다.
하지만 너무나 슬픈 현실이 영화 속에서 나타난다. 미용을 하던 자신의 룸메이트는 예쁘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캐스팅이 되어 갑자기 영화배우가 된다. 같이 고생하던 엑스트라 배우는 알고보니 집이 엄청난 재벌이라 배우는 단지 재미로 했을 뿐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시기가 오자 미련없이 배우를 그만둔다.
남자친구라고 생각해 같이 결혼자금을 모으던 사람은 사기꾼이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지만, 쉽게 이야기하지는 못한다. 노력만 하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포기하면 안된다는 생각 떄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는가하면,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성공하는 경우도 세상에는 무수히 많다.
그런 냉정한 현실이 주성치 영화에는 슬픔으로 표현된다. 항상 주성치의 영화는 웃음만 가득하다고 생각했었던 것이 어린 시절이었는데, 이제는 슬픔이 더 많이 보인다. 분명 어릴 떄도 영화를 보았다면 슬픈 장면을 보긴 했을텐데, 왜 그 때는 이런 장면을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슬픔을 경험하기엔 그 깊이가 너무나 얕았고, 또 슬픔보다는 사소한 것에도 한껏 기뻐할 수 있었던 시절이 어릴 때였기에, 같은 주성치 영화를 봐도 웃음가득한 장면만 집중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성인이 된 지금은 슬픈 장면에 더 눈길이 간다는 것. 그것은 결국 내 삶에도 슬픔이 묻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8.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