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을 담는 곳/삶에 대한 100가지 생각(完, 20.8.7)

73. 정말 사람대하는 것이 너무 힘들 때 쓰는 기술

이소하 2020. 8. 5. 15:14

이것은 야자수가 아니다.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사람이 나를 인지하는 것조차 소름끼치게 싫을 때가 있다. 그냥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물론 이조차 하지 않으려고 오늘 지금까지도, 방구석 어딘가에서 사회와 단절된 채 누군가 살고 있다.

 여기까지 가면 이건 글 하나 읽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것보다는 다소 약한 수준, 어찌어찌 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사람 대하는 것이 힘든 사람들, 딱 이정도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특급 비법이 있다. 처음 들어보면 헛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그래도 정말 효과가 좋다. 그것은 나 이외의 사람들을 NPC로 생각하는 것이다.

 NPC란 무엇인가? non-player character라고도 하는데, 사용자가 조종하지 않는 인물,케릭터라는 뜻으로서, 게임을 하면 우리가 만나게 되는 마을 사람1, 지나가던 행인2 같은 존재들이다. 인공지능이던 단순히 입력된 프로그램이던 간에, 이들은 사람이 아니다. 그저 우리에게 말을 걸도록 조작되어 있거나, 정해진 말을 할 뿐이다.

 다른 사람을 NPC로 여긴다는 것은 이들을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내 앞에서 지금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저 프로그램된 대사를 출력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러니 저 말에 내가 어떤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정해진 대사가 출력되는 것일 뿐. 계속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처음엔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길 것이다. 하지만 점점 반복하다보면 금새 익숙해진다. 길거리에는 사람이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걸어가도록 설정된 것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라. 자신이 게임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대입하기가 쉬워진다.

 물론, 이것은 아무때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우리는 현실에 살고 있으며 그들은 NPC가 아니다. 하지만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게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고 긴장된다면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특히 나는 면접에 가면 이 생각을 꼭 해볼 것을 추천한다. 면접관이 아니다. 그냥 홀로그램에서 음성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글을 쓰는 나는 사람인가? 예약된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는 것일까?

삐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