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하 2020. 8. 3. 20:08

이 아름다운 광경도 기록으로 남겨두면 언제든 되살릴 수 있지.

 하루에 뭘 하고 살았는지 기억이 몇일만 지나도 다 잊어버리는게 정상이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뭔가 제대로 한 것은 없는데 자꾸만 시간이 흘러간다는 데서 느끼는 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시간을 붙잡아둘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나는 2016년 겨울부터 오늘 현재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다. 대단한 내용이 담긴 것도 아니고, 그 날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10줄 내외로 적어둔다. 다시 보는 일은 가끔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찾아보는 용도로 참고하는 정도다. 그런데도 이 일기를 써두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머리가 복잡하지 않다. 지나간 날들의 내용은 이미 내 일기를 읽어보면 다 적혀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으니까, 불필요하게 많은 것을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가령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있다. 그러면 그 친구와 예전에 만났을 적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내 기분은 어떠했는지가 그 당시의 일기에 적혀있다. 그걸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친구 입장에선 내가 그 오래전 일도 다 기억해준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물론 기억한 것은 맞다. 오늘 일기를 찾아보고 떠올린 것이지만 말이다. 이렇듯 뭔가 특별한 일이 있거나 할 때 내 과거의 기록을 참조할 수 있는 저장장치가 나에게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안심감을 준다.

 그리고 일기의 또 다른 장점은 하루의 마무리를 한다는 기분을 준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더라도 우리는 하루를 마무리 하게 된다. 그 때 우리가 일기를 통해 그날 있었던 일들을 쭉 적어봄으로써 오늘의 반성과, 내일의 다짐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걸 어렵게 말하면 추상적인 자신의 감정을 기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한다고 할 수 있겠다.

 노트 사는 것도 일이다. 그냥 아무 블로그나 만들어서 적으면 된다. 비공개를 추천한다. 그리고 정말 여유가 되면 영상일기도 찍어두면 나중에 되게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20.8.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