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목욕을.
근 한달을 망설였다. 갈까말까, 가려니 뭔가 귀찮고, 안가려니 자꾸만 생각났던 목욕탕이 한 군데 있었던 것이다. 결국 오늘 아침에 다녀왔다. 목욕 시간은 1시간 남짓. 겨우 1시간을 쓰는 것 가지고 뭘 이리도 고민을 한건지...정말 알면서도 괜한 행동을 한 것이다.
목욕탕에 도착한 시간은 7시30분. 아침6시부터 문을 연다고 해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물은 깨끗하다. 샤워를 하고 먼저 따뜻한 물에 몸을 가라앉혀 본다.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는 기분이 들면서 몸에 있던 긴장이 풀린다. 아....이 좋은 것을 이제야 하다니. 진작 좀 올 것을...역시 고민을 오래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차분하게 앞으로 해나가야할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시작하였다. 당장 써야할 지원서가 2군데가 있는데, 기한이 내일까지다. 그리고 전공시험 공부를 해야한다. 그건 약 2주 정도 여유가 있다. 했던 것을 다시 복습하는 것이니 무리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애써 자신해본다.
나아가 매일 일정량 이상을 공부해야 하는 데이터 분석까지 할 것을 생각해보면, 내가 하루에 공부해야하는 시간은 10시간 이상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지금 독서실을 나오는 시간인 저녁 8시30분~9시에서 최소 1시간은 더 미뤄야 한다.
생각해보면 못할 것도 없다. 사실 내가 집에 가서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생산적인 일은 하등 없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독서실에서 시원한 곳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것이 나에게 더 이로울 수 있다. 그리 무리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목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나에게 목욕이란 생각의 정리와 기운을 다시 충전하는 회복의 공간이다. 평소에 일상 속에서는 망설임 가득했던 생각들이 목욕탕에서는 또렷하게 결론을 낼 수 있게 된다. 이 또한 부모님의 유산이겠지. (아직 정정하시다) 아무튼. 목욕을 잘 끝마치고 다시 독서실에 돌아와 에세이를 쓴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자!
20.7.30.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