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하 2020. 7. 29. 08:23

흡연자는 이 정도 풍경을 담배없이 바라보는 게 힘들다.

 

 6월달,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다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쉽지가 않다. 뭔가 안 피우려고 하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생각 자체가 흡연자의 전형적인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나의 담배 역사는 10살 때 무렵으로 거슬러간다. 어떤 만화를 보고 따라서 피웠던 것이 첫 경험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방에서 피웠기 때문에 분명 냄새가 났을 것인데, 혼나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알면서도 넘어가준 것일까? 그 뒤로 중학교 때 남들처럼 호기심에 몇 번 입에 물었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담배는 비싸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피운 것은 20살 무렵 반수를 하면서였다. 그 당시 도서관에 다니며, 공부를 하다가 도서관 앞 공원에서 피우는 담배는 각별했다. 워낙 경치가 좋은 곳이기도 하였으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엔 그보다 좋은 수단은 없었기 때문이다. 수능을 치고 나서는 pc방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언젠가 꼭 글로 남기고 싶은 야간 아르바이트 시절이다. 12월의 어느 날, 창고의 재고정리를 하다 사람이 떨어질만큼 크게 뚫린 창문을 통해 바라보았던 새벽의 그 눈내리던 풍경은 여전히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옥상에서도 담배를 피웠다. 나에게 그 아르바이트 기간은 참 좋은 시절로 기억된다.

 그 이후도 아마 계속 담배를 피웠다. 군대에 들어가서는 1인실을 사용했으니 더욱 자유롭게 피웠다. 방에는 배란다가 있었고, 그 배란다에 의자를 가져다두고 얼마나 많은 담배를 피웠는지를 생각해보면, 나도 내 몸을 함부로 쓴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치고 베란다로 나와 피웠던 그 담배. 오랜만에 떠올랐다.

 전역 이후부터도 계속해서 담배를 피웠고, 이렇게 피우다보니 그 기간이 10년이 되었다. 요즘은 한 번씩 담배를 피우고 나면 숨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전에는 병원에도 다녀왔다. 가벼운 천식 증상이 있다고 한다. 이제 끊어야할 때가 오긴 온 것이다. 내가 끊을 수 있을까? 아직 20대인 지금 끊는 것이 좋을텐데, 나도 잘 모르겠다.

20.7..29.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