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을 담는 곳/하루 한 번의 글쓰기

모처럼 일찍 일어난 월요일 아침.

이소하 2020. 7. 27. 08:13

영원을 바라보는 눈동자, 타지마할

 

 그리 일찍 잠에 든 것도 아니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휴대폰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뒤척이다 잠이 들었지만, 새벽 6시가 조금 넘자 눈이 떠졌다. 아직은 눈이 무겁고 이걸 선잠이라고 하던가? 의식은 희미하게 이어져있는데 동시에 내가 코를 곤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가 얼마간 이어졌다. 꽤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15분이 지나있었다.

 6시 30분,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세수를 한 뒤 집을 나선다. 오늘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걸맞게 하늘부터가 우중충하다. 나는 아파트 앞 자전거 보관대에 놓여져있는 나의 운전기사이자 운동수단인 자전거 태풍17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자물쇠를 푼 뒤, 방향을 틀어 자건거의 페달을 밞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간은 집에서 독서실까지 가는 내리막길이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시간이라 마음 편하게 속도감을 즐긴다. 특히나 오늘은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나왔기에 현재 시간은 오전 7시 6분. 하늘은 흐리지만 내 마음 속의 유난히 화창하다. (feat. 김진표-유난히)

석양아래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요

 독서실에 도착하니 3명이 이미 와있다. 특히 1분은 정말 대단한 분이다. 내가 독서실에 도착한 시간이 7시 15분인데, 좌석을 선택하며 알 수 있는 그분의 이용시간을 통해 계산해보면 적어도 6시 30분 이전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일어났을 시간에 그 분은 독서실에서 책을 편 것이다.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오! 기분이 더 좋아졌다. 일찍 온 덕분인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1번좌석이 비어있었다. 냉큼 좌석을 선택한 뒤 짐을 풀고 사물함에서 텀블러를 꺼내 커피머신으로 간다. 그리고 커피를 내린다. 아메리카노 1번, 에스프레소 1번, 그리고 얼음. 커피가 나오는 동안 물티슈에 알콜 손소독제를 묻혀서 책상과 의자를 꼼꼼히 닦아낸다. 커피추출이 끝났다는 신호 삐삑!

 휴게실 책상에 앉아 커피를 한 두모금 마신다. 이것이 나의 아침 일상이다. 돈도 없고 직장도 없는데다가 나이만 많지만, 그래도 내가 괴롭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이런 일상이 돈과 직장만큼이나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이렇게 백수이지만 매일매일 항상 같은 시간에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거기서 오는 뭔가 쌓여간다는 기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아침에 적는 에세이가 제일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20.7.2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