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에 대하여

이번 주 내내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던 단어 하나는 '게으름'이다. 내가 너무 게을러졌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현재 독서실에 다니며 미래를 준비하는 내 입장에서,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한 지 4개월이 넘은 현재와 처음 독서실을 다녔던 초창기를 비교해보았다. 그러면 내가 얼마나 게을러졌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게을러졌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처음엔 새벽 6시 30분이면 집을 나왔다. 6시 쯤이면 눈을 뜨고, 샤워를 하거나 혹은 샤워를 하지 않고 집을 나왔다. 그러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특히 오늘의 경우 주말이라는 특권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 때문인지는 몰라도 집을 나서는 시간이 8시를 넘었다. 1시간 30분이 늦춰진 것이다. 물론 변명거리를 찾자면 너무나 많다. 어제 유독 많이 흘렀던 맑은 콧물과 이유를 알 것 같은 피곤함, 그리고 불안감이 스트레스로 이어져 몸이 고단했고 머리는 더 아파왔다는 것이 변명거리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내가 게을러져도 된다는 의미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했다. 일찍 일어나서 해야할 일을 빨리 끝내고, 저녁에 충분히 쉬면 피로도를 회복하기에 모자라지 않은 시간들이 나에겐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불필요한 행동들을 너무 많이하다보니, 생활 체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개선할 여지가 너무나 많은 상황이다.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미 개선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것은 내가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적고 있는 매일의 일기장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일 전의 일기에서 반성문을 적었기 때문에, 아주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너무 아쉬운 출발을 했다. 눈을 떳을 때 시계는 6시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때 일어났어야 했지만 나는 다시 눈을 감는 쪽을 선택했다. 한 번 눈을 감았다 다시 떳을 뿐인데, 시계는 7시50분을 지나고 있었다. 내가 피곤했던 것인지, 아니면 게을렀던 것인지, 혹은 안이한 마음에 나태해진 것인지,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작동하고 있었던 것인지, 나로선 판단할 수 없지만, 결과는 내가 게을러졌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유일한 장점이라면, 사실 장점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늦게 집을 나설수록 나는 생활에서 불편함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다니는 독서실에는 내 마음에 드는 4자리가 있다. 80석 중에서 4자리는 5퍼센트니, 내가 아침에 저 4자리에 앉을 수 있다면, 그래도 상위5퍼센트 안에는 든다는 설명이 된다. 하지만 8시 30분이 되서야 독서실에 도착했을 땐 그 4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다. 그 중에는 어제 나보다 더 늦게까지 공부를 했던 사람도 있었다. 이걸 느끼는 순간, 나는 더없는 불안함과 게을러짐에대한 후회를 인식한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온 몸을 휘감는 것이다.
4개월 전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된다. 그 때는 내가 가장 일찍 독서실에 왔었고, 거의 늦게까지 남아있었다. 그 와중에 실력도 제법 늘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보니 자꾸 그 시절과 비교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내 삶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인데, 중요한 순간에 사람이 게을러져서 일을 그르치게 된다면, 그 절망감과 아쉬움을 내가 견뎌낼 수 있을지, 그것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벌써부터 커져만 간다.
이런 불안함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도 이미 알고 있다. 내일부터는 어떻게든 7시 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딱 두 가지만 지키면 전혀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11시 전에 잠이 들고, 6시에 알람을 맞춰주고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것. 그러면 6시 30분에는 집을 나올 수 있다. 그래서 8시 30분까지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독서실을 나와 9시에 도착한다. 씻고 밥을 먹으면 약 10시, 그 떄부터 운동과 간단한 일처리를 하고 11시에 잠이 들면, 나는 이 생활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 독서실을 다닐 수 있는 것도 이제 겨우 9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3개월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기에, 이것을 해낼 수 있다는 대단한 의지를 가질 것도 없다. 그냥 해내야만 한다. 내가 부디 반성문은 이번의 글로 마무리를 하고, 내일부터는 이 글에 적은 내용을 반드시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말 이런 것에 내가 간절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으름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20.4.25.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