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하 2020. 7. 24. 08:06

독서실은 그네같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 끌려내겨가는 것처럼

 

 내가 독서실에 다닌지도 7개월째다. 2월말 회계사 시험공부까지 2개월, 3월4월 논다고 2개월, 그리고 5월부터 7월말인 지금까지 3개월, 실질적으로 5개월 정도 공부 비슷하게 흉내만 낸 셈이다. 물론 나도 이런 시간이 슬프지만은 않다.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정리하는데 사람에게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대로 괜찮다.

 다만 한가지 특이한 현상이 보인다. 사실 워낙 할 일이 없다보니 엄한데 관심이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하면, 아무래도 한 독서실을 오랫동안 다니다보면 주변에 같이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다. 그런다고 말을 걸어보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같은 공간에 계속해서 머물다보니 생기는 관심 정도다.

 자꾸 말이 새는데, 내가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은 7개월 동안 정말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독서실이 고시학원도 아닌데 말이다. 보통은 한 2,3개월 주기로 시험에 합격하고, 독서실을 그만두고, 다시 새로운 사람이 꿈을 가지고 독서실에 들어오고, 이런 선순환 구조가 바람직할 것인데, 내 생각에 6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올해 초와 동일하다.

 물론 그 사이에도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시험을 보고 합격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은 다시 독서실을 들어와야만 한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좁아진 취업문이 사람들의 취업준비기간을 연장시켰을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야만 한다.

 그리고 하나 더 보태면 계속 같은 사람들이 보인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독서실에 와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최근 도착하는 독서실 입장 시간이 7시 30분 전후인데, 그 때만 해도 이미 10명 가까운 사람이 독서실에 와있다. 이 중에는 내가 집에 가는 저녁 8시 30분까지도 남아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것들을 계속 보다보면, 나도 자연스럽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이도, 이름도, 무슨 공부를 하는지도 잘 모르기만, 그저 무언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에게돋 강력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간, 이 독서실에 다니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7.24.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