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타인이 조언을 해줄 때는, 집중해서 들어볼 것
요즘은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 다들 그런 한마디 한마디가 잔소리처럼 들릴까봐 말을 하고 싶다가도 상대가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에게 좋은 말로 조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 적이 없어 망설이게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타인의 조언을 듣기 어려운 시대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상대가 조언을 해줄 떄가 있다. 그리고 그런 조언 가운데 정말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되면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사실 조언은 그 행위 자체에도 상당히 가치가 있는 것인데, 그 내용마저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그런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비유하자면, '우리 자신은 평생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같은 것이다. 즉, 자기 자신을 객관화된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은 우리가 눈을 가지고 자신을 직접 볼 수 없는 것처럼, 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거울을 통해서와 같이, 우리는 자신을 바라볼 때 어떤 수단을 거쳐 상당히 왜곡된 형태로밖에 인식할 수 없다.
그런데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타인이다.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의 눈을 통해 나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다. 물론 타인이 바라본다는 것도 결국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론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자신의 주관과 반대되는 의미에서의 객관을 가정하고, 자신과 타인을 반대의 의미로 이해하는 것으로 개념정의를 타협해서 생각을 이어가자.
즉, 타인이 나를 본다는 것은 내가 볼 수 없는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여 인식하는 것. 그게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따라서 타인이 나에 대해서 얻은 인상과 생각을 들어본다는 것은 나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기에 소중하다. 위에서 복잡하게 적었지만 결국 핵심은 그 희소성에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타인의 생각이 소중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나의 행동을 해석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과,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의 시선에서는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나도 모호하게나마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나면 생각이 명징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평가받는 것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번 경험하는 것이 좋다.
사실 오늘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였다. 내가 면접에 불합격하고, 내 나름대로 원인분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친한 지인으로부터 생각을 전해들었고, 그 생각을 듣고 나니 나의 문제점이 어떤 부분에 있었는지 보다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용 하나하나를 다 적을 수는 없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내가 잘했다고 생각했던 부분, 나의 장점이었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 것이 오히려 감점요인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알 수 있었던 지점이다.
만약 나 혼자서만 계속 생각했으면 아마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의 장점이 알고보니 단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동시에 다음 번의 면접에 있어서는 최대한 다른 사람을 앞에 두고 연습하고, 평가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받으며, 보다 나은 모습으로 가다듬어가는 과정을 반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모든 생각은,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조언을 해준다고 하면, 일단은 들어보길 권한다.
20.7.16.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