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그 순간에 대하여.
아침의 일이다. 어제의 반성이 효과가 있었는지, 오늘은 제법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7시 전에 집에서 나왔고, 도착하니 약 7시 15분. 이정도면 1시간 이상 당긴 효과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후에 생겼다. 매우 갑작스러운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뜬금이 없었던 것은 맥도날드에 가서 맥모닝세트를 먹을지 말지가 고민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내가 우연히 알게되어 맥도날드 어플을 휴대폰에 설치했던 것이 화근일수도 있고, 언젠가 경험했던 목욕탕에서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나와 배가 고파서 먹었던 맥도날드에서의 기분 좋은 경험이 생각나서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고민만 있었다면, 나는 더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맥도날드로 가서 즐거운 식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동시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우선 맥도날드까지 가는 것 자체가 귀찮다는 생각이었다. 약 1키로 조금 넘는 거리, 그것도 자전거를 타고 왔기 때문에 자전거로가면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나는 귀찮게 느껴진 것이다. 왠지 어제보다 조금 더 다리근육이 뻐근한 것 같고, 정말 별 것도 아닌 경사지만 그 경사를 내 머릿속에선 '힘든 오르막'으로 바꿔서 생각하고 있었다.
부정적인 생각의 글이 더 길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가지 말자'는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취업도 하지 못한 내가 굳이 맥도날드까지 가서 5천원이나 쓰고와야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래서 나는 몇 분간 망설였고, 결과적으론 맥도날드에 가서 맥모닝세트를 먹고 왔다. 가격은 4,900원이었다.
내가 고민 끝에 '간다'라는 선택지를 고른 이유는,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글귀가 생각나서였다. 그 글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할까 말까는 하라
2. 먹을까 말까는 먹지마라
3. 살까 말까는 사지 마라
4. 갈까 말까는 가라
이런 간단한 문장에 사실 많은 것들이 적용가능하다는 점에서, 또 우리가 뭔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의미에서 내가 참 좋아하는 문장이다. 특히 오늘같이 뭔가 판단이 들지 않을 때, 자주 이용하고 있다. 물론 오늘같이 할까 말까와 먹을까 말까, 그리고 갈까 말까를 동시에 고민해야하는 상황도 있기에, 이것만 가지고 모든 고민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 나의 경우, 하나의 판단 기준이 더 있다.
'앞으로도 계속 생각이 날 것인가, 아니면 잊어버릴 수 있는가'
내가 뭔가를 선택함에 있어서 위의 질문은 중요하다. 만약 지금 하지 않더라도 금새 잊어버릴 만한 내용이라면, 나는 굳이 시간을 내서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자체로 중요함과 관계 없이, 나에겐 큰 의미가 없는 일이기 떄문에 금새 나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왠지 계속 생각이 날 것 같은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이런 것들은 중요함과 사소함을 가리지 않는다. 가령 나는 '코스트코에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몇 년이나 했었다. 막상 가보면, 정말 별 것 아닌데도, 그 한 번을 가지 않아서 내가 몇 년이나 '갈까 말까'를 고민했던 것이다. 가지 않는 데 별 대단한 이유도 없이 말이다.
이런 상황은 굉장히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이해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머리에서 생각이 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바로 행동에 옮기고, 그에 따른 경험을 내가 느끼고 나면 대부분의 생각들은 사라진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한 것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판단 기준이 생긴 것이다.
'아침에 문득 생각이 나서 맥도날드에 들러 맥모닝 세트를 먹었다'를 가지고 이렇게나 장황하게 쓸 줄은 나도 사실 몰랐다. 하지만 이런 행동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철학이 나름대로 녹아있다는 것에 새삼스러움을 느낀다. 이야기를 조금 더 보태면, 나는 이제 당분간은 맥도날드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어플도 삭제할 생각이다. 왠지 머리에서 맥도날드를 가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질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 머릿속은 조금 더 개운해진다.
20.4.22.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