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을 담는 곳/하루 한 번의 글쓰기

비가오나, 눈이오나, 일상유지. 그것이 나의 장점.

이소하 2020. 7. 13. 08:05

의자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기다리지.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오늘도 비가 무척 많이 내리는 하루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까지도 적지 않은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아무리 장마라곤 해도 너무 많이 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목욕을 가고 싶은데 강제로 연기되고 있으니...물론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맘 때 정도가 되면 목욕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오늘 적을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오늘 독서실에 왔을 때 놀라운 것이 있었다. 나도 늦잠을 잔 덕에 7시 30분이 되어서야 도착을 했는데도, 독서실엔 3명밖에 도착해있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같았으면 15명은 들어왔을 시간대였다. 물론 지난 주 국가직 공무원 시험이 끝난 것이 큰 원인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이 안오는 것은 신기하다.

 아마 공무원 시험 이외의 원인이 있다면, 그것은 아침이 왔다는 것을 알기 힘들 정도로 어두컴컴한 하늘빛과, 독서실에 가고싶다는 의욕을 이내 꺾어버리는 주륵주륵 주루륵 내리는 거센 비가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이라는 함수는 워낙에 예민한지라, 독립변수에 조그마한 잔차가 생기더라도 그 결과값이 종속변수의 값이 얼마나 많이 달라지는지!

곧 여느때처럼 맑은 하늘이 돌아올거야

 그와 동시에 신선한 일도 하나 있었다. 아마 지난 달에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응시했던 것으로 보이는 한 분이 있었다. 그 분은 시험을 치고 나서 몇 번 나오나 싶더니, 이내 독서실 방문이 뜸해졌다. 내가 이 분을 유독 기억하는 이유는 그 성실함에 있었다.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나와 밤늦게 퇴실하는 그 성실한 모습에 나도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 분이 독서실에 오신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나 항상 오던 시간에 오셔서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커피를 내려 라운지에 앉아, 휴대폰을 한 10분정도 쓰시고, 좌석으로 돌아가 하루종일 공부. 내가 저 모습에 얼마나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던가. 시험을 굉장히 잘 보셨을 것 같은데도 이 부지런함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처럼 일상을 유지하며 하루하루 해야할 일을 해나가는 삶의 일상성을 키워나가는 것은 나에게 있어 오랫동안 목표로 자리해 있다. 그리고 요즘은 이런 일상의 꾸준함이 어느정도는 몸에 습관화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비가오나 눈이오나, 200일 연속 비슷한 시간대에 독서실에 와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살아왔다는 기록이 남아있기에, 이제는 나도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것은 좋은 것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뭐라도 했고, 꾸준히 하자는 마음에 꾸준히 해왔다. 그러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20.7.1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