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을 담는 곳/하루 한 번의 글쓰기

응어리는 말로 풀어내기. 그래야 해결된다.(1/2)

이소하 2020. 7. 11. 09:14

눈싸움말고, 말을 해. 그래야 해결되는거지

 

 방금 전 특이한 일이 있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몇 가지 배경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내 독서실 생활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한다. 내가 다니는 독서실은 13층 중 4층에 위치하고 있다. 문제는 화장실인데, 독서실 내 별도의 화장실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 층별로 있는 공용화장실을 사용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청소하는 분이었다.

 일단 이상할만큼 내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과, 그 분이 청소를 하는 시간이 겹쳤다. 그러다보니 뭔가 미묘한 기분이 오갔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남자 화장실에 청소하시는 분들이 들어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볼일을 볼 때 종종 그분이 화장실에 들어왔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내가 불편했다. 그래서 4층에서 그 분이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을 때면, 나는 계단을 이용해 3층으로 내려가 화장실을 이용하였다. 3층은 입주상가가 많지 않아 이용자도 적었고, 나름대로 쾌적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앞서 내가 화장실 사용하는 시간이 청소하시는 분과 자주 겹친다고 말을 하였다. 이 신기한 현상은 내가 3층으로 내려가도 여전히 적용되었다. 이제는 발소리만 들어도 알 것 같은 그 분의 움직임이 3층에서도 감지되었다. 하필이면 그 순간이 내가 변기에 앉아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문제엿다.

 혹시 '핀잔'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그 분은 분명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았을텐데 (화장실 한 칸이 잠겨있으니 말이다) 혼잣말이라는 수단을 이용한 불만을 말로 표현하였다. '여기까지 와서 사용하나' '여기 원래 쓰면 안되는데' 등등. 형식은 혼잣말이나 대상이 정해져있는 것 같은 그 불만의 표현을, 나는 변기에 앉아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사건이 벌어진다. 갑자기 길쭉한 대걸레가 화장실 문 밑의 틈을 통해서 불쑥 고개를 들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머리 헝크러진 귀신이 나타나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하시는 분의 대걸레질이었음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는 기분이 굉장히 불쾌했다.

 하지만 화장실을 나와서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분이 악의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한들, 갈등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차라리 제대로 의사를 표현할 능력이 없다면, 그냥 조용히 지나가자고 생각한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

이것이 근 3주전의 일이었고, 드디어 오늘 사건이 발생했다. -2편에서 계속

20.7.1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