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을 담는 곳/하루 한 번의 글쓰기

아무 생각없이 하고만 있어도 마냥 좋은 것들이 있다면

이소하 2020. 7. 1. 07:58

산책도 그 중 하나지. 좋은 경치를 보며 걸으면 행복해진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대전제를 놓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고민을 이어긴다. 하지만 확실한 대답을 얻는 것이 쉽지가 않다. 무한한 쾌락을 느끼면 그 순간은 굉장히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다가도, 이내 곧 찾아오는 이유모를 무력감과 허무감이 우리를 감싸는 경험이 있지 않았던가

 우리에게 필요한 행복이란 조건이 달려있다. 그것은 '지속가능함'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을 일종의 기분이 좋은 상태, 마음에 긍정적인 기분이 느껴지는 상태로 생각했을 때, 그 은은한 상태가 평상시에도 사라지지 않고 이어진다면, 그 삶은 최고의 삶은 아닐지라도, 행복한 삶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러한 '은은한 행복' '긍정감이 놓여있는 마음의 평안'을 하루의 삶 속에 가득한 것을 꿈꿔왔다.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았고, 시행착오는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최근 6개월 간, 평일과 휴일이 구분되지 않는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 실마리가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높은 빌딩의 웅장함보단, 해질녘 노을의 따뜻함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것은 별 것 아닌 행동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바로 하루에 무언가를 하면서 머리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도, 반복해서 그 일을 했을 때 지루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순간 무엇인가 기분이 좋은 일,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논리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가령 나는 아침에 독서실에 도착하면 우선 좌석을 물티슈로 꼼꼼하게 닦아내고, 텀블러에 커피를 담는다. 에스프레소 버튼을 2번 눌러 텀블러를 채운 뒤, 얼음을 적당량 넣어 조금 흔들어주면 훌륭한 아메리카노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어 유튜브를 검색해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한 뒤, 하루 일과의 출발인 글쓰기를 시작하며 머리에 담긴 생각을 글로 풀어낸다. 이 과정은 식사 후 양치를 하는 것처럼 내겐 매우 익숙한 일이라 별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특별히 생산적인 일도 아니며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습관처럼 하고 있는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에서 뭔가 모를 즐거움이 마음에 피어오른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내가 가진 생각을 망각의 강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으로 쌓아둔다는 데서 오는 성취감일까? 아니면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데서 느껴지는 '잘 살고 있다'는 믿음의 재확인에서 오는 안도감일까. 나는 아직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런 일들을 하고 있을 때, 나는 기분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런게 요즘 말하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일지도 모르겠다.

20.7.1.수